The Ground – Tord Gustavsen Trio

발매 2004
ECM 1892

Tord Gustavsen - Piano
Harald Johnsen - Double-Bass
Jarle Vespestad - Drums

지난 2003년도에 발매되었던 토드 구스타프센 트리오의 첫 앨범 <Changing Places>는 작지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 충격은 기존 ECM의 피아니즘을 존중하면서도 팝적인 요소에서 자양분을 양껏 섭취한 달콤하고 익숙한 멜로디를 중심의 피아니즘에서 온 것이었다. 이 트리오의 연주는 분명 대중적이고 상투적인 면을 보이면서도 결코 경박함의 나락으로 빠지지 않는 진지함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게다가 기존의 북유럽 피아노 트리오가 들려주었던 차가움 대신 부드럽고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기에 그 신선함이 더 강했다. 이런 이유로 이 첫 앨범은 필자뿐만 아니라 국내외 평단과 많은 감상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호응은 이 새로운 트리오가 ECM 피아니즘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이러한 기대 속에서 발매된 이번 두 번째 앨범은 첫 앨범의 호응이 가시적으로 드러났던 2004년 1월에 녹음된 것으로 ECM의 피아니즘의 방향을 살짝 틀었던 첫 앨범에 비해 오히려 ECM의 피아니즘을 자신들의 음악적 기반으로 드러내는데도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물론 첫 앨범에서 많은 감상자들을 매혹시켰던 한번 들으면 쉽게 잊기 어려운 달콤하고 은밀한 멜로디는 그대로 살아 있다. 이것은 앨범의 첫 곡 “Tears Transforming”부터 그래도 확인된다.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어 상대편의 귀를 기울이게 만들 듯이 토드 구스타프센의 피아노는 들릴 듯 말 듯 차분한 음량으로 촉촉한 감성의 세계로 감상자를 안내한다. 그리고 이 여성적이기까지 한 투명한 낭만의 정서는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이 세 연주자는 이것만이 자신들의 모든 것이 아님을 다른 곡들을 통해 밝힌다. 이를 위해 세 번째 곡 “Twins”를 들어보자. 역시 가슴으로 바로 꽂히는 멜로디로 시작하는 이 곡은 이내 얄레 베스페스타드의 섬세하면서도 리듬감을 드러내는 심벌 연주로 침묵과 침잠의 수면을 차고 솟아 오른다. 그리고는 보다 더 자유롭고 역동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 나간다. 나아가 간간히 솔로에 있어서 블루스, 가스펠적인 면을 드러내기까지 한다. 지난 앨범이 하나의 이미지, 장면을 특유의 여백과 피아니시모의 음량으로 지속시키는데 주력했던 것과 비교한다면 부드럽고 차분하지만 확연히 드러나는 상승과 하강으로 서사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 색다른 면이다.

한편 이 부분은 분명 트리오 멤버의 힘의 관계, 대화의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키스 자렛 트리오의 연주를 상당부분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는 토드 구스타프센 트리오가 이내 그 새롭고 신선한 음악적 이미지를 소진하고 결국 선배 연주자들의 길을 뒤따르는 안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내면적 리듬이 겉으로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이 트리오의 정체성을 이루는 시를 쓰는 것 같은 순수하고 따스한 서정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불변하는 것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귀 기울여 들어보면 트리오의 외향적인 면은 지난 앨범에 대한 상대적인 인상에 지나지 않으며 이 또한 트리오의 낭만성을 극대화시키는데 사용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앨범의 타이틀 곡 “The Ground”는 결국 토드 구스타프센 트리오는 크게 움직이지 않는 것, 그저 가벼운 파문(波紋)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음을 말한다. 어쩌면 토드 구스타프센 트리오는 리듬이 아닌 정서적으로 스윙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번 앨범은 트리오의 모국 노르웨이에서 노르웨이 대중 음악사상 처음으로 팝 차트 1위에 오르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분명 이 앨범에 호감을 지닌 필자마저 놀라게 하는 일이다. 한국에서의 반응이 새삼 기대된다.

3 댓글

  1. 이유없이 그냥…’아…정말 좋다..!’는 느낌이 드는 음악이 있는데,
    저에겐 Tord Gustavsen Trio음악이 그런 것 같습니다.

    아..정말 좋으네요..

    • 그냥 통하는 음악인거죠. 토드 구스타프센의 첫 앨범이 제겐 그랬습니다. 북유럽이 아닌 옆집 친구가 연주한 느낌이었죠 ㅎ

    • 옆집에 이런 친구 있음 완전 대~~박!입니다.^o^

      저 또한 첫 앨범에 대한 인상이 매우 강했는데, 이 앨범도 자주 들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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