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Voyage De Sahar – Anouar Brahem

발매 2006
ECM 1915

Anouar Brahem - Oud
François Couturier - Piano
Jean-Louis Matinier - Accordion

현대 재즈의 특징이 다양성이라고 하지만 튀니지 출신의 우드 연주자 아누아 브라헴의 음악은 이 다양성에 익숙한 감상자들에게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그가 연주하는 우드의 독특함도 독특함이지만 그의 음악에 담긴 아랍적 색감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아랍적 특징은 재즈의 기본과 너무 잘 조화를 이룬다. 이것은 아랍 특유의 음계, 선율적 흐름을 규정하는 마캄(Maquam) 형식을 기반으로 즉흥 연주를 펼치는 아랍 음악의 전통을 즉흥 연주가 중요한 재즈에 적용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아랍적 색채감이 뛰어난 재즈의 정점은 그의 2000년도 앨범 <Astrakan Café>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거대한 우주를 연상시킬 정도로 몽상적인 공간감을 기반으로 펼쳐졌던 그의 우드 연주는 아랍 음악이 지닌 아름다움의 극치를 들려주었다. 이후 아누아 브라헴의 음악은 지난 2002년 앨범 <Le Pas Du Chat Noir>를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이행했다. 물론 기본적인 그만의 시정은 아직도 큰 매력으로 유효하지만 유럽에서 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까? 그 스스로 아랍을 넘어 유럽의 음악적 전통을 다시 자신의 음악에 삽입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그래서 <Le Pas Du Chat Noir>는 유럽의 인상주의 클래식의 촉촉한 서정과 무채색 공간감이 다시 그의 음악과 결합된 색다른 아누아 브라헴표 음악을 들려주었다.

한 장의 유럽에 국한된 한정판 베스트 앨범을 발표한 이후 근 4년 만에 발매되는 이번 <Le Voyage De Sahar>는 전작의 음악적 방향을 충실히 계승하고 확장시킨 음악을 담고 있다. 여전히 프랑소와 쿠튀리에의 피아노와 쟝 루이 마티니에의 아코데온이 함께 하고 있는 이번 앨범에서도 전작에서 들을 수 있었던 침묵이 편재하고 모든 사물이 탈색되어 부유하는 무채색의 공간감과 각 악기들의 부드러운 질감은 여전하다. 게다가 음악의 서정적인 측면은 더욱 더 강화되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지난 앨범을 반복하면서 한 걸음 더 새로운 방향으로 음악을 진행시켰는데 그것은 능동적 연주의 강화다. 그러니까 지난 앨범은 연주 이전에 작곡이 더 중요하게 부각된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아누아 브라헴을 비롯한 세 연주자들은 기보된 음표를 현실화하면서 그 세밀한 부분에 자신들의 정서를 각인 시켰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신비롭고 처연한 서정은 이전 앨범의 연속이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은 더 자율적이다. 즉, 분위기 자체는 미리 설정되었을지 모르지만 그 분위기가 형성되고 진행하는 과정은 세 연주자들의 개별적 연주에 의해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세 연주자가 하나가 되어 연출하는 분위기, 음악적 이미지를 만큼이나 개별 연주자들의 개성 발현이라는 재즈의 기본을 다시금 상기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현재 아누아 브라헴의 음악에서 서양인들은 동양의 명상적 신비를 서양인들은 그의 음악에서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몇몇 소수 호평자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명도는 아직 일천하다. 아마도 서양 사람들이 느낀 동양적 신비는 극동에 살고 있는 우리 감상자들에게는 다소 모호한 무엇으로 비추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아누아 브라헴의 음악을 들어보면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신비로움에 누구나 매혹 당하리라 확신한다.

6 댓글

  1. 앗! 이 신선함과 익숙함의 조화~
    뭔가 탱고적 요소도 있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개인적으로 창조성은 이전에는 없었던 완전한 새로움이라기보다 민족적 색채의 보편성 획득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싶어요.
    문득…황병기의 가야금 산조를 재즈로 재해석해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 황병기 가야금 산조의 재해석보다는 가야금과 다른 재즈 악기가 침묵을 전제로 만나는 음악을 한번 듣고 싶은 것이 제 소망이네요. 아누아 브라헴의 음악은 묘한 신비가 있는데 그것이 가야금에도 있다고 보거든요. ㅎ

    • 가야금 소리 자체가 가지고 있는 걸 살리고 싶어 하시는군요..

      낯선청춘님 말씀대로 그런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단지 상상만해도 좋으네요!
      하지만 그것이 울림을 줄지 안줄지는 나와봐야 알겠지요…^^

      • 가야금의 여백이 좋아서…그리고 그것이 재즈와 어울리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순수한 공간에서 이를 살린 앨범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네요.ㅎ

    • 나오게 된다면야 정말 좋지요.

      (염원을 듬뿍 담아) 꼭! 이루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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