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less – Keith Jarrett Trio

발매 1989
ECM 1392

Keith Jarrett - Piano
Gary Peacock - Double-Bass
Jack DeJohnette - Drums

‘신기하게도 나는 우리가 연주하는 것이 아방 가르드에 속한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해 프랑스의 한 라디오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키스 자렛이 자신의 트리오에 대해서 한 말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트리오의 음악이 그리 쉬운 스타일이 아님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실제 키스 자렛 본인이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약간 놀라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났던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었다.
이 앨범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키스 자렛 트리오의 스타일과 다른 음악을 들려준다. 무엇보다 스탠더드 곡을 연주하고 있지 않다. 보통 이 트리오는 기존의 스탠더드를 현재의 시점, 그리고 개인적 관점에서 해석을 해오는 연주를 해왔다. 그러나 이 앨범에는 스탠더드를 출발점으로 삼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스탠더드 앨범에서 가끔씩 발견할 수 있었던 ‘Extension’과 비슷한 곡들이 앨범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이 곡들이 작곡이 되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즉흥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설령 작곡이 되었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몇 마디에 지나지 않았을 듯싶다.

이 앨범에 담긴 곡들이 스탠더드 곡들과 다른 점은 완결성을 지닌다기 보다는 앨범 제목처럼 끊암없는 순환성, 반복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런 미니멀리즘적인 특성은 리듬 부분을 통해서 드러난다. 멜로디가 아닌 리듬을 작곡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트리오가 중요시하는 멜로디는 테마의 선율에서 나오는 일반적인 방식에서가 아니라 리듬으로부터, 리듬과 밀착된 형태로 제시된다. 실제로 자렛의 오른손이 뽑아내는 멜로디는 왼손이 펼쳐내는 강박적이고 긴장감있는 리듬 주변을 맴돈다. 베이스, 드럼 외에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인터 플레이를 한다는 느낌이다. 이것은 그의 즉흥 솔로앨범에서 다른 주제로 진행하기 바로 전에 키스 자렛이 자주 사용하던 방법이다.

이런 리듬 진행에 의거한 솔로에서 불루스 스케일에 의거해 솔로를 펼쳤던 밥 시대의 솔로 방식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앨범에서의 트리오가 의지하는 출발점은 불루스 스케일보다도 더 단순한 동기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작곡이 아닌 완전 즉흥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한편 단순동기의 반복적 지속은 하나의 소실점을 상정하고 그 것을 향해 서서히 전진하는 것같은 인상을 갖게 한다. 결국은 같은 자리를 맴돌지만. 이런 분위기는 키스 자렛의 아메리칸 쿼텟이 들려주었던 정신적인 면이 강했던 음악과도 비교할 만한 것이다.

이 앨범은 미국의 4개 도시에서 행했던 라이브를 한데 모은 앨범이다. 그러나 단순한 기록이 아닌 하나의 컨셉을 지닌 앨범의 인상이 강하다. 그것은 ‘Dancing – Endless – Lifeline – Ecstasy’로 이어지는 곡의 전개가 시간적인 순서를 따르고 있지 않음에서 유추할 수 있다. 물론 각 도시에서 같은 곡들을 연주하고 마스터링 작업에서 잘된 연주만을 선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도 곡들의 연결이 드러내는 완급은 자신들의 해석이 주제라 할 수 잇는 스탠더드 앨범과 달리 자신들의 정신 상태를 주제로 만든 음반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끊임없이 긴장을 유지하며 밀고나가는 키스 자렛의 힘은 언제나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런 키스 자렛보다 게리 피콕의 베이스 연주다. 아주 유연하게 키스 자렛의 연주에 반응을 하면서 각 곡의 동기를 지속시키고 있다. 여기에 잭 드조넷이 펼치는 드럼 연주는 베이스 피아노의 리듬과 같은 진행을 한다. 그래서 곡의 단순성, 반복성을 더 강조하는 동시에 각 곡에 보다 더 콤팩트한 맛을 준다. 그래서 이런 멜로딕한 리듬을 비집고 나오는 키스 자렛의 솔로가 비록 그 자체도 리듬에 강박되어 있고 단속적으로 진행되지만 상당한 역동성으로 드러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다른 키스 자렛 트리오의 음반보다 이미지가 더 강조되는 이 음반은 아쉽게도 녹음 이미지에서 아쉬움을 준다. 깊이가 약간은 부족하면서 좌우로 넓이만 너무 확장되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음악이 지닌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처음의 박수소리가 나면서부터 이점은 바로 드러난다.

단순 스탠더드 음반 속에서 빛나는 앨범이 이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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