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The Green Hill – Tomasz Stanko

발매 1999
ECM 1680

모처럼 토마즈 스탄코가 색다른 편성을 시도해서 녹음을 했다. 지금까지 그의 음악에 색깔을 부여했던 보보 스텐손 대신 남미의 반도네온의 대가 디노 살루지를 불러서 녹음을 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클래식 앨범 <Elogio Per Un’Ombra>(ECM New Series 2000)로 호평을 받은 바이올린 연주자 미쉘 마카르스키의 참여로 서정적인 면이 강조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결과는 예상대로 토마즈 스탄코의 사운드치고는 매우 새롭다. 서정과 우수가 있으면서도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의 사운드가 담겨있다. 사실 지금까지 토마즈 스탄코가 들려주었던 사운드는 약간은 텁텁한 맛이 들면서도 차가운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앨범에서 이런 느낌은 일부분으로 축소되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디노 살루지의 반도네온의 역할이 크다. 차가운 ECM의 사운드 속에서도 아르헨티나의 온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던 그의 음악적 특징이 이 앨범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이전 피아노의 보보 스텐손은 그 자신도 북유럽 특유의 명징함을 지니고 있었기에 토마즈 스탄코와 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그러나 디노 살루지의 반도네온은 공기를 하나의 면으로 이용하는 악기의 특성상 지금까지 토마즈 스탄코가 들려주었던 사운드를 살짝 바꿔 버리고 있다. 비록 그 자신이 작곡한 음악은 없지만 솔로연주 곡이 포함되는 등 앨범의 또다른 축이 되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런 점이 미리 계산된 토마즈 스탄코의 의도였는지 모르지만 개인의 앨범이라기 보다는 디노 살루지와의 공동 앨범으로 볼 수도 있게 한다.

한편 디노 살루지의 반도네온이 지닌 온화함과 토마즈 스탄코의 트럼펫이 지닌 어둠의 대립은 앨범의 균형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존 셔먼의 참여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역시 자신만의 색을 지닌 연주자로 자신의 곡까지 앨범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앨범에서는 바리톤 색소폰과 베이스 클라리넷이라는 저음역의 악기를 선택함으로서 토마즈 스탄코와 디노 살루지의 분위기를 아우르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여기에 많은 부분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미쉘 마카르스키의 바이올린이 들려주는 현대적인 공명도 이 두 연주자의 아우라를 하나로 연결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한편 악기의 편성상 정적인 면이 강조되어 리듬섹션의 후퇴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베이스와 드럼이 드러나고 있다. ‘Love Theme From Farewell To Maria’나 ‘Buschka’같은 곡들이 그 예이다. 아주 기분 좋게 흔들리면서 다른 악기의 솔로에 유연함을 실어준다.

이 앨범이 토마즈 스탄코의 진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앨범 자체가 지닌 완결성은 매우 훌륭하다. 그리고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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