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ania (Music of Krzysztof Komeda) – Tomasz Stanko Septet

발매 1997
ECM 1636

Tomasz Stanko - Trumpet
Bernt Rosengren - Tenor Saxophone
Joakim Milder - Tenor Saxophone, Soprano Saxophone
Bobo Stenson - Piano
Palle Danielsson - Double-Bass
Jon Christensen - Drums
Terje Rypdal - Guitar

나는 크리즈토프 코메다의 음악을 모르고 있었다. 비록 그가 참여했다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Rosemary’s Baby>를 보긴 했지만 그저 무척이나 어두운 음악이 전체를 지배했었다는 것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앨범 설명을 보면 38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며 40여편의 폴란드 영화의 음악을 만들었던 피아노 연주자로 동시에 폴란드 프리 재즈에 영향을 주었던 인물이란다. 그래서 영화 음악 자체에도 연주자의 독자적인 해석을 중시했다고 언급되어 있다. 그리고 그가 이끌었던 밴드에는 차례대로 이 앨범의 주인인 토마즈 스탄코와 스웨덴 색소폰 연주자 베른트 로젠그렌이 활동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토마즈 스탄코가 그의 음악을 화두로 설정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ECM의 음악적 성향의 하나가 어떤 이미지를 상정하는 것이었다면 영화와 결합하고 있는 이 앨범은 그 전형적인 예를 보이고 있다. 3개의 짧은 연주로 실린 ‘Sleep Safe And Warm’이 들려주는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 같은 분위기가 그 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런 영화와의 직접적인 관련감을 떠나서 앨범 전체에는 아직 공산주의 체계하에 있을 때의 동유럽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가 감싸고 있다. 약간은 건조된 나무 냄새가 나는 동유럽의 영세 산업도시-도시 한가운데를 산업 철도가 가로지르는-를 떠올리게 한다. 앨범의 레이 아웃만큼이나 (투명한) 검은색이 앨범에 내재되어 있다.

이런 개인적인 이미지를 떠나 음악적으로 본다고 해도 매우 만족스럽다. 상호 교차적인 관계를 지니며 활동을 해온 일종의 북동유럽 재즈의 올 스타들이 펼치는 연주는 비장미와 서정성을 띄는 동시 free 하다. 그것이 크리즈토프 코메다의 음악이 갖는 특성이었을까? 그러나 이전까지 토마즈 스탄코가 제시했던 음악적 성향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 그는 이 앨범을 만들면서 자신이 얼마나 크리즈토프 코메다의 영향을 받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는 언급을 한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곡은 존 콜트레인에 대한 헌정이기도 한 21분이 넘는 대곡 ‘Night-time, Daytime Requiem’이다. 분명 존 콜트레인의 재즈가 코메다와 동유럽 재즈에 미친 영향을 이야기하려는 연주일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존 콜트레인 스타일을 따라간다기 보다는 존 콜트레인이 말기에 보여주었던 방식을 유럽 재즈의 정신적인 면에 접목시킨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중간중간 작은 결말을 내리며 다시 새로운 전개를 시도해 나가는 형식에서 토마즈 스탄코를 느끼게 된다. 이 외 토마즈 스탄코의 솔로는 변하지 않은 채 각각 듀오를 이루는 보보 스텐손, 테르예 립달의 각기 다른 연주를 통해 어둠의 색을 변화시켜 나가는 ‘Sleep Safe And Warm’ 1과 2도 이채롭다. 피아노와 기타라는 악기의 차이는 물론 두 연주자의 색을 비교할 수 있는 곡들이다.

다른 곡들에서는 토마즈 스탄코의 트럼펫을 중심으로 연주자들이 이합 집산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그림을 그리는 트럼펫의 배경 역할을 하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기존의 토마즈 스탄코 퀄텟의 멤버들이자 독자적인 보보 스텐손 트리오를 이루는 팔레 다니엘손, 욘 크리스텐센은 거의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연주를 펼치는데 이들이야 말로 앨범이 지닌 어둠에 빛과 색을 주는 이들이라고 본다. 한편 베른트 로젠그렌은 그를 위한 발라드 곡에서 차분하게 프레이징을 보여주면서 다른 곡들에서는 중저역이 강한 음색으로 토마즈의 트럼펫과 대화를 펼친다.

이 앨범은 암묵적으로 리듬의 약동감을 고정시키면서 보다 정지된 침묵의 강조를 특징으로 하는 90년대 ECM의 사운드를 대표한다는 평을 내리고 싶다. ECM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청을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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