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ity – Bobo Stenson Trio

발매 2000
ECM 1740/41

Bobo Stenson - Piano
Anders Jormin - Double-Bass
Jon Christensen - Drums

스웨덴 피아노 연주자 보보 스텐슨이라는 이름은 어찌 보면 생소할 수도 있는데 그의 음악 활동 경력은 30년이 넘는다. 그동안 스텐손은 개인보다는 얀 가바렉, 챨스 로이드, 토마즈 스탄코 등의 앨범 참여를 통해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가 1996이 되서야 첫 트리오 앨범 <Reflection>(ECM)으로 자신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 이 <Serenity>는 스텐손 트리오의 세 번째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여러 가지 화두를 던진다. 그 중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 트리오에 대한 이해의 문제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특정 개인-보통 피아노 연주자-의 이름을 앞에 내세운 트리오-그 이상의 편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의 경우 보통 그 개인의 연주가 우선이 되고 나머지 연주자들은 약간은 뒤로 물러서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였다. 그런데 이 앨범 속의 세 연주자는 모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편곡과 작곡, 연주등 모든 면에서 세 연주자는 모두 힘의 등가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힘의 등가성은 첫 번째 CD에 있는 서쪽에서 시작해서 남쪽에서 끝나는 ‘West Print’, ‘North Print’, ‘East Print’, ‘South Print’에서 잘 드러난다. 각 연주자들이 하나의 방향을 맡아서 곡을 만들고 그 곡에서 자신의 색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런데 이런 세 연주자의 위치가 대등하게 설정되었다는 것은 보보 스텐손이 뒤로 물러선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보 스텐손이 차지하는 공간은 그대로 있고 다른 두 연주자들의 공간이 더 늘어났을 뿐이다. 그래서 세 연주자들은 각 곡마다 자신의 느낌을 자기 방법으로 동시에 집단적으로 드러낸다. 자칫 자기 목소리를 앞세우는 부조화를 상상할 수 있는데 이 점은 세 연주자들이 곡을 이해하는 방향이 같은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래서 트리오인 것이다!

이 앨범의 또 다른 화두는 자신들의 곡 외에 다양한 음악 장르의 곡들을 연주한다는 것이다. 기존 재즈 곡은 웨인 쇼터의 ‘Sweet Pea’뿐이고 나머지는 20세기 클래식 작곡가 알반 베르그와 챨스 이브의 곡-이 앨범의 타이틀 곡-을 비롯 쿠바 음악, 스웨덴의 민속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각 곡들은 트리오만의 색으로 채워진다. 쿠바라고 해서 라틴 리듬이 등장하지 않고 클래식 곡이라고 해서 위축된 연주가 등장하지 않는다. 모든 곡들은 하나의 텍스트일 뿐이고 이 곡들은 해석된다기 보다는 텍스트로서의 위치를 잃고 변용된다.

다른 음악 장르의 곡들의 재즈화라고 말하기는 좀 힘이 들 것 같다. 왜냐하면 자꾸 영역이 넓어지고 그 중심이 흐려지고 있는 현대 재즈의 흐름에서 재즈는 본래의 자유로운 특성처럼 재즈는 일반적이기 보다는 개인적인 색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보 스텐손 트리오가 연주하는 다양한 장르의 곡들은 재즈화라기 보다는 보보 스텐손 트리오화 정도로 축소해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세 번째 화두인 트리오의 연주방향과도 관련을 맺고 있다. 이 트리오가 들려주는 음악은 빌 에반스나 키스 자렛 트리오를 생각하게 하는 면이 있다. 그것은 위에서 말한 각 연주자간의 힘의 균형에서 첮을 수 있고 보보 스텐손이 펼쳐 나가는 피아노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은 보보 스텐손 트리오를 미국식 재즈와 연관시키는 요인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스텐손 트리오의 연주가 주는 느낌은 우선적으로 흔히 말하는 유럽적인 것이다. 이것은 베이스와 드럼 연주에서 잘 드러난다. 안데르스 요르민의 베이스와 욘 크리스텐센의 드럼은 리듬을 강조하는 직선적인 느낌보다는 분위기를 강조하는 공간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세 연주자의 연주는 기계적인 테크닉이 우선시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트리오를 형성하기 위한 연주가 아니라 트리오를 넘어서는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연주를 들려준다. 특히 욘 크리스텐센의 연주는 다른 앨범에서 들었던 것 보다 더 회화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인상적이고 공간적인 연주가 줄 수 있는 단조로움은 보보 스텐손이 만들어내는 멜로디적인 감각으로 해결된다. 왼손은 인상주의적인 회화의 밑그림 역할을 하지만 오른손은 언제나 노래를 하고 있다. 이것은 즉흥 연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감상자는 그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그의 멜로디를 따라가게 된다.
한편 녹음의 측면에서는 간혹 드럼의 위치가 너무 뒤에 배치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특히 솔로시-도 있지만 각 연주자들이 보여주는 섬세한 뉘앙스까지 잘 잡아낸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인상적인 앨범으로서는 의외로 라이브적인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올해 발표된 ECM음반 가운데 가장 잘 녹음되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앨범은 미국식 재즈와 유럽식 재즈가 잘 섞인 스텐손 트리오만의 음악이 담긴 앨범이다. 아마도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을 앨범이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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