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ter Is Wide – Charles Lloyd

발매 2000
ECM 1734

Charles Lloyd - Tenor Saxophone
Brad Mehldau - Piano
John Abercrombie - Guitar
Larry Grenadier - Double-Bass
Billy Higgins - Drums
Derek Oles Double-Bass

찰스 로이드가 최근 누리고 있는 인기를 볼 때 드디어 그가 인정을 받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동안 존 콜트레인의 아류로 평가절하되기도 했었고 이후 등장한 사조들과의 괴리로 인해 한동안 재즈의 변두리에 있다가 조금씩 수면 위로 부상하더니 급기야 지난 해엔 이 앨범의 발매가 프랑스에서 재즈의 후반기 대 이벤트 중의 하나로 장식되기에 이르렀다. 본인 역시 이전 앨범이 주었던 최상의 만족도와 지난 해 볼 수 있었던 그의 열정적인 파리 공연으로 인해 이 새 앨범을 무척 기다리고 있었다.
이 앨범에 담긴 음악들은 찰스 로이드의 구도적 삶을 결산하는 듯한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젊었을 때 들려주었던 열광이 아닌 부드러움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 부드러움은 발라드라는 양식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젊은 연주자들이 분위기를 중심으로 펼치는 발라드와는 다르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힘을 안으로 숨기면서 조심조심 불로잉을 펼치는 찰스 로이드의 연주를 통해서 드러난다. 게다가 그의 색소폰은 다른 색소폰 소리와는 달리 확산이 적은 소리를 냄으로서 곡의 선율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연주하는 색소폰이 아닌 노래하는 색소폰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찰스 로이드가 급격한 상승의 이미지보다는 목가적 분위기 가득한 안락의 이미지를 표현하려 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한편 부드러움을 조심스레 표현하려는 의도가 찰스 로이드 자신의 곡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곡들로 표현되고 있음이 매우 흥미롭다. 일전 국내에서 인기를 얻었던 ‘Water Is Wide’를 비롯 재즈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곡들이 찰스 로이드의 곡과 함께 앨범을 장식한다. 이런 부분이 찰스 로이드가 직접적으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려는 연주를 하려는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재즈 보컬이 기존의 스탠더드를 부르듯이 그는 색소폰으로 노래하는 가수와도 같다. 즉흥 솔로를 매우 자제하는.

다른 연주자의 연주를 본다면 베이스와 드럼이 상당히 뒤로 물러서 있음을 발견한다. 역시 발라드의 선율적인 면을 더 강조하려는 의도라 하겠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역할이 겹칠 수 있는 피아노와 기타의 역할 배분인데 지난 앨범과 달리 존 애버크롬비가 연주하는 기타의 역할이 상당히 축소되어 있다. 거의 기타를 게스트로 한 퀄텟의 분위기가 지배한다. 게다가 브래드 멜다우가 펼치는 피아노 솔로도 왼손보다는 오른손 솔로에 더 치중이 되어 있다. 너무 몰아 버리는 경향이 있을 수 있으나 모두 발라드적인 요소를 위한 배려라고 본다.

음반의 차원으로 볼 때 이 앨범은 기존의 ECM음반과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 일단 마스터링 과정에서 존중하던 도입부 5초간의 침묵도 사라졌고 믹싱에서 사용된 잔향의 성질도 다르다. 상대적으로 건조한 느낌의 사운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빌리 히긴스의 드럼에서 이런 점이 쉽게 드러난다. 녹음 공간의 차이가 드러나면서 그 사이가 단절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분명 공간은 있는데 그 속의 침묵은 다른 ECM의 음반에 비해 공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런 비어 있는 느낌은 찰스 로이드의 선율적 색소폰을 강조하는 동시 또 앨범 전체에 소박함을 부가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한편 이 아름다운 발라드들을 들으면서 나는 매우 난감했다. 마냥 좋다고도 아니면 마냥 싫다고도 말할 수 없는 요인이 이 앨범에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앨범 차원과 그의 음악 이력 차원에서 각각 이 앨범을 바라볼 때 드러나는 평가-이게 그리 중요한 것이랴마는-의 차이에 기인한다. 이 앨범은 찰스 로이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존 콜트레인-다시!-의 <Ballad> 앨범만큼의 낭만적인 느낌을 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찰스 로이드의 앨범을 감상했던 사람들에겐 약간의 회의를 줄 수 있는 앨범일 수 있다. 즉, 너무 말랑말랑하게 연주했다는 점이 오히려 무엇인가 아쉽게 다가온다. 처음에 내가 구도적 삶의 결말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 결말이 어찌 보면 찰스 로이드가 들려준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지친 여행자의 모습으로 비추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해 내가 그의 공연을 직접 보았을 때 느꼈던 그 열정이 이 앨범에는 몇 곡을 제외하고 매우 약하게 드러난다. 그것이 웬지 찰스 로이드를 걱정하게 한다. 지난 앨범 <Voice In The Night>(ECM 1999)은 찰스 로이드만의 세계는 물론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요소가 풍부하게 내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앨범은 그것의 절반만을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것은 서정을 강조하는 브레드 멜다우의 참여-찰스 로이드 자신도 이 연주자의 참여에 상당한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와 제작자가 맨프레드 아이허가 아닌 찰스 로이드의 아내 도로시 다르인데서 오는 결과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냥 서정성이 최고로 강조되는 부드러운 음반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최상의 만족을 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전의 앨범을 더 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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